일상 보기

[좋은시] 비옷

넌나의봄 2021. 4. 3. 01:00

의사가 수술과
나의 어린시절 내내 하고 다녀야 할
허리 교정기를 제안했을 때,

부모님은 허둥지둥
마사지 치료와 지압시술소와
척추 교정원으로 나를 데리고 다녔고
나는 삐뚤어진 등뼈가ㅏ 조금씩 돌아와
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.

그리고 고통으로 흐리멍덩해지지 않은 몸으로
더 많이 움직일 수 있었다.
엄마는 내게 노래를 불러 달라고 말하곤 했다.
45분을 달려 미들 투 록까지 가는 동안,
그리고 물리치료 후 돌아오는 45분 내내.

엄마는 나중에는 내 목소리마저 내 척추에서
해방된 것처럼 들린다고 말하곤 했다.
나는 노래하고 또 노래했다.
엄마가 좋아한다고 생각해서.

나는 엄마가 나를 데리고 다니느라
무엇을 포기했는지.
이 성가신 일 말고 나머지 하루가 어떠했는지
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다.

오늘, 엄마의 나이가 된 나는
아직도 계속되는 척추 교정 치료를 받고
직접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오고 있었다.
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,
다소 감상적이지만 음정 정확한
노래를 따라 부르며.

그때 나는 한 엄마가 비옷을 벗어
어린 딸에게 입히는 걸 보았다.
오후 들어 비바람이 심해지고 있었다.

아, 나는 생각했다.
내 일생이 엄마의비옷 아래 있었구나.
왜 그런지 모르지만 내가 결코 비에 젖지 않은 것이
경이로운 일이라 여기면서.

- 에이다 리몽 (류시화 옮김) -

'일상 보기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[좋은글]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이유  (6) 2021.04.03
[좋은시] 마지막 조각 글  (0) 2021.04.03
아귀찜 리뷰  (2) 2021.04.03
[더코모드] AB 슬라이드 리뷰-내돈내산  (2) 2021.04.02
한신포차 닭발 리뷰  (2) 2021.04.02